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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 무너졌다 2부] - 재정자립도 6%, 말라가는 지방

by econsurvival 2026. 8. 20.

경기도는 그나마 강자였다

1부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경기도가 재정 비상을 선언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진짜 무서운 대목은 여기서 시작된다. 경기도는 흔들렸어도 그나마 강자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취득세가 급감해 휘청였다지만, 애초에 취득세라는 큰 세원을 가진 지역이 몇이나 될까.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스스로 살림을 꾸릴 능력, 즉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숫자로 보면 격차가 아득하다. 2025년 기준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0%대에 머물며 최근 몇 년간 내리막을 걷고 있다. 더 눈에 띄는 건 자립도가 높은 상위권이 세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비수도권에서 그나마 형편이 나은 곳을 찾으려 해도 한참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나는 이 분포를 보며 우리 지방재정이 사실상 '수도권과 그 나머지’로 두 동강 나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바닥은 더 처참하다. 경북 영양군의 재정자립도는 6.1% 수준이다. 인구 1만 5천여 명의 이 군은 한 해 예산 중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스스로 버는 돈이 전체의 6%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가 넘는 살림을 중앙정부의 교부세와 보조금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전남 고흥, 전북 진안, 전남 신안 같은 곳도 비슷한 처지다. 개인적으로 이 6%라는 숫자를 보며 오래 멈춰 있었다. 경기도가 취득세 급감으로 흔들렸다면, 애초에 자기 돈이 6%뿐인 곳은 중앙의 돈줄이 조금만 조여도 곧바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용히 말라가는 위기의 정체

경기도의 위기가 '선언’이라는 요란한 형태로 왔다면, 지방 소도시의 위기는 정반대다. 조용히, 소리 없이 진행된다. 나는 이 조용함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본다. 경기도는 위기를 선언할 힘이라도 있었지만, 이런 곳들은 선언할 여력조차 없이 서서히 말라가기 때문이다. 뉴스가 되지 않으니 관심도 받지 못하고, 관심을 못 받으니 대책도 늦어진다.

 

이 지역들이 처한 진짜 딜레마는 세원은 소멸하는데 수요는 폭증한다는 데 있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돌봐야 할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벌이는 줄고 나갈 돈은 느는 집안 살림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나는 이 구조가 한번 시작되면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악순환이라고 본다. 인구가 줄어 세원이 마르고, 재정이 나빠져 서비스가 줄고, 서비스가 줄어 사람이 더 떠나는 나선형 하강이다.

 

여기서 나는 균형을 잡고 싶다. 이걸 두고 '지방이 게을러서’ 라거나 '방만해서’라고 몰아가는 건 부당하다고 본다. 이 지역들이 처한 상황은 개별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뒤집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에 가깝다. 산업이 떠나고 인구가 빠지는 흐름은 한 군수가 애쓴다고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개별 지역의 성적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재정을 관통하는 네 가지 구조적 병

경기도와 지방 소도시의 위기를 하나로 꿰뚫는 건 한국 재정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다. 나는 이걸 네 가지로 정리해 봤다.

 

첫째는 세입의 부동산 편식이다. 지방 살림의 큰 축인 취득세와 재산세가 부동산 경기에 직결돼 있어, 집값이 오르면 세금이 넘치고 식으면 곧바로 구멍이 난다. 공공의 살림을 자산 사이클에 묶어두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설계라고 나는 본다.

 

둘째는 지출의 하방경직성이다. 복지 지출은 대부분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이라 한번 늘리면 줄이기가 극도로 어렵다. 세입은 유연하게 줄어드는데 지출은 딱딱하게 굳어 있으니, 불황이 오면 그 간극이 가위처럼 벌어진다.

 

셋째는 이른바 매칭펀딩의 덫이다. 중앙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벌이면 지자체는 의무적으로 대응 지방비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 중앙이 사업을 늘릴수록 지방이 강제로 떠안는 돈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인데, 나는 이게 지방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지출을 떠안게 되는 지점이라고 본다.

 

넷째가 가장 미묘한데, 교부세 의존이 낳는 유인 왜곡이다. 스스로 6%밖에 못 버는 지자체가 나머지를 교부세로 채우는 구조에서는 재정을 아낄 동기가 약해진다. 알뜰하게 운영하면 오히려 교부세가 줄어 손해라는 역설까지 생긴다. 반대로 경기도 같은 불교부단체는 성장의 과실을 못 가져간다. 한쪽은 자립 동기를 잃고 다른 쪽은 성장 동기를 잃는 양극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이 네 가지가 서로 얽혀 있어서, 하나만 손봐서는 풀리지 않는다고 본다.

방치하면 어디에 도달하는가, 일본 유바리의 경고

이 흐름을 끝까지 방치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 답을 이미 몸으로 보여준 곳이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시다. 유바리는 2007년 사실상 파산했다. 일본법은 지자체 파산을 허용하지 않아 정확히는 재정재건단체로 지정된 것인데, 쉽게 말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셈이다. 연간 표준 재정 규모에 견줘 부채가 그 몇 배에 달했다. 살림 규모를 훨씬 웃도는 빚을 진 것이다.

 

경위는 우리 이야기와 놀랍도록 닮았다. 유바리는 석탄 산업이 저물자 관광 개발에 무리하게 빚을 냈고, 이를 견제해야 할 시의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파산 이후 주민들은 오랜 기간 일본 최고 수준의 세 부담과 최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한때 12만 명이던 인구는 1만 명 안팎으로 무너졌다.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떠났고, 남은 건 이주할 여력조차 없는 고령자들이었다. 나는 이 대목이 가장 아프다. 재정이 무너지면 가장 약한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그 자리에 남아 대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다만 유바리 이야기에는 반전도 있다. 일본은 이 충격을 계기로 지방정부의 재정을 규율하는 제도를 새로 만들었다. 일반회계뿐 아니라 특별회계와 산하기관, 총부채까지 모두 공개하도록 하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물었다. 그 결과 위험 신호가 켜진 지자체 수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하나의 방향을 읽는다. 무너지는 것 자체보다, 무너진 뒤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바리는 최악의 경고인 동시에, 사후 규율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당신의 지역은 어느 쪽인가

경기도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전국의 지방으로, 그리고 국경 너머 유바리로 이어졌다. 이 여정에서 내가 도달한 결론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몇몇 지역의 개별적 어려움이 아니라, 부동산에 쏠린 세입과 굳어버린 지출, 강제된 부담과 왜곡된 유인이라는 구조가 만들어낸 공통의 병이라는 것이다. 경기도는 그 병의 증상이 요란하게 터진 사례일 뿐, 더 조용하고 깊은 곳에서는 이미 여러 지역이 유바리를 향한 길목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이 이야기를 절망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유바리조차 무너진 뒤 제도를 고쳐 다시 규율을 세웠듯, 병에는 처방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처방을 무너지기 전에 찾을 수 있느냐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살림은 지금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가. 요란하게 흔들리는 경기도 쪽인가, 아니면 소리 없이 말라가는 소도시 쪽인가. 다음 편에서는 이미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 나라들이 어떤 해법으로 위기를 넘겼는지, 우리가 훔쳐올 수 있는 길을 들여다본다.

 

 

출처: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와 상위권의 수도권 집중, 영양군(6.1%)을 비롯한 최하위권 지자체 현황은 지방재정통합공시 및 관련 보도를 참고했다. 재정자립도의 계산 방식과 추이는 지방재정 관련 공개 통계를 인용했다. 한국 재정의 구조적 문제(부동산 편중 세입, 의무지출, 매칭펀딩, 교부세 의존)는 지방재정 관련 여러 분석과 보도를 종합했다. 일본 유바리시의 파산과 재정재건단체 지정, 인구 감소(약 12만 명에서 1만 명대), 이후의 재정건전화 제도 도입은 경향신문, 연합뉴스 등의 보도를 참고했다. 다만 재정자립도 평균치는 집계 기준에 따라 수치에 차이가 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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