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유류분이 없어졌다"는 말부터 검증합니다
상속 상담 현장에서 요즘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법이 바뀌어서 유류분을 안 줘도 된다더라.”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이 어중간한 이해가 오히려 분쟁을 키웁니다.
사실관계부터 정리하겠습니다.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조문 일부를 위헌·헌법불합치로 판단했고, 그 후속 입법으로 2026년 3월 17일 개정 민법이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었습니다. 다만 유류분 제도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직계비속과 배우자에게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에게 3분의 1을 보장하는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누가 받을 수 없게 되었는가, 무엇을 계산에서 빼는가, 무엇으로 돌려받는가. 비율이 바뀐 게 아니라 이 세 축이 바뀐 것이죠. 이 구분을 흐리면 "유류분 폐지"라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한 가지 미리 못 박아 두겠습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시행일과 부칙 기준일은 제도의 뼈대입니다. 상속이 언제 개시되었는지, 즉 피상속인이 언제 사망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놓치면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먼저 짚고 가겠습니다.
형제자매 유류분이 사라졌다 — 여기까지는 사실입니다
떠도는 말 가운데 가장 정확한 부분이 형제자매 이야기입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했던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2024년 4월 25일 헌재의 단순위헌 결정으로 그날 즉시 효력을 잃었고, 같은 해 9월 20일 법에서 삭제되었습니다.
헌재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형제자매가 고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는 경우가 드문데도 일정 비율을 강제로 배분하는 것은 재산 처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죠. 저는 이 판단이 상속법의 무게중심을 '가족이라는 신분’에서 '실제 기여와 관계’로 옮기는 신호였다고 읽습니다.
여기서 실무적 의미가 큽니다. 자녀 없이 배우자만 남기고, 형제만 생존한 상황을 떠올려 보시죠. 과거에는 고인이 전 재산을 배우자나 제삼자, 공익 재단에 넘기려 해도 형제자매가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청구가 원천적으로 막혔습니다. 고인의 유언대로 재산이 흘러갈 여지가 넓어진 셈입니다.
다만 오해는 경계해야 합니다. 이 변화는 어디까지나 형제자매에 한정됩니다. 자녀, 배우자, 부모의 유류분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형제자매가 폐지됐으니 나머지도 곧"이라는 식의 확대 해석은 근거가 없습니다.
불효한 상속인의 몫을 박탈한다 — 다만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부모를 학대하고 연락을 끊은 자식은 한 푼도 못 받는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정말 그럴까요. 방향은 맞지만,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법원의 선고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죠.
개정 민법은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제1004조의2)의 대상을 모든 상속인으로 확대했습니다. 과거 이른바 '구하라법’이 직계존속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자녀와 배우자를 포함한 전체 상속인이 대상입니다.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중대한 범죄행위 또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이라면, 가정법원의 선고로 상속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속권이 상실되면 유류분도 함께 사라집니다.
핵심은 '기한’과 '입증’입니다. 공동상속인은 그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 6개월은 짧습니다. 감정을 추스르는 사이 기한이 지나갈 수 있죠. 게다가 '중대한 위반’을 객관적 자료로 증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주의할 구간이 있습니다. 2024년 4월 25일부터 2026년 3월 16일 사이에 개시된 상속에서, 상속권 상실 사유를 시행 전에 이미 알고 있던 경우에는 부칙 특례에 따라 2026년 9월 16일까지가 청구 기한입니다. 오늘이 그 무렵이라면, 해당하는 분은 지체 없이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무엇을 빼고, 무엇으로 돌려받는가 — 계산과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나머지 두 축은 실제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대목입니다. 하나는 특별수익 제외, 다른 하나는 반환 방식의 전환이죠.
먼저 기여에 대한 보상입니다. 개정 전에는 부모를 오래 봉양한 자녀가 그 대가로 받은 증여마저 유류분 계산에 통째로 포함되었습니다. 헌신한 사람이 오히려 반환 부담을 지는 구조였죠. 개정 민법 제1008조 단서는 이 불합리를 손봤습니다.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로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받은 증여는,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습니다. 결국 동거·간호 기간, 병원비와 생활비 지급 내역, 가업 참여 기록 같은 물증을 갖춘 쪽이 유리해집니다. 이 조항은 부칙에 따라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 소급 적용됩니다.
다음은 반환 방식입니다. 종전에는 부동산 지분 같은 원물을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소송이 끝난 뒤에도 당사자가 지분을 공유하게 만들어 2차 분쟁의 불씨가 되곤 했습니다. 개정 제1115조 제1항은 이를 가액, 즉 금전 지급으로 바꿨습니다. 청구한 날부터 이자도 붙습니다. 가업 승계자가 비상장 주식을 지키면서 돈으로 정산할 길이 열린 셈이죠.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가액 지급은 부칙에 따라 2026년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만 적용됩니다. 그전에 개시된 상속은 여전히 종전의 원물반환 법리를 따릅니다. "이제 돈으로 받는다"는 말은 사망일을 확인한 뒤에야 맞는 말입니다. 게다가 반환하는 쪽은 거액을 일시에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므로, 유류분 청구가 예상된다면 자금 계획을 미리 세워 두시는 게 좋습니다.
결국 모든 판단은 '사망일’에서 시작됩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하나로 꿰는 축이 있습니다. 바로 상속 개시일입니다. 형제자매 유류분 소멸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특별수익 제외와 상속권 상실 확대는 같은 날 이후 개시분에 소급, 가액 지급은 2026년 3월 17일 이후 개시분. 이 세 기준일과 사망일을 대조하지 않으면 어떤 조문이 적용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분쟁이 예상되는 분이라면 순서를 이렇게 잡으시죠. 먼저 기본증명서로 사망일을 확정하고, 증여나 유증 사실을 안 날을 등기부 발급일이나 재산 조회 결과로 특정하며,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다면 그 자료를, 기여가 있다면 그 물증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유류분 청구권 자체의 소멸시효는 개정에서 바뀌지 않았으니(안 날부터 1년, 개시일부터 10년) 이 기한도 함께 챙기셔야 합니다.
우리가 이 변화에서 읽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상속법이 '피 한 방울’보다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를 더 무겁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여러분이 방어하는 쪽이든 청구하는 쪽이든, 감정보다 기록이 앞서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가족의 상속 구조에서 가장 먼저 확정해야 할 날짜는 무엇일까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유류분 제도는 최근 개정과 시행이 겹쳐 적용 관계가 복잡하고 추후 해석·후속 입법으로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사건은 반드시 변호사 등 전문가와 관할 법원·기관에서 최신 기준을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출처: 헌법재판소 2024년 4월 25일 선고 2020헌가4 등 결정, 개정 민법(2026년 3월 17일 시행, 법률 제21454호) 및 부칙, 법무부 보도자료(패륜 상속인 상속 관련), 법무법인 및 법률사무소 상속 실무 해설 자료(신&김, 화온, 해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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